살아 있는 나무로부터 식수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액은 달콤한 천연 당분과 인간에게 유익한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체에 흡수가 빠른 이온화된 물질이기 때문에
건강증진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산림청은 국유림 내에 있는 고로쇠나무류를 양여하여 농•산촌민의 소득을 증대하고 도시민에게는
천연의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할 경우 천공으로 인한
수목의 피해를 우려하고 산림환경의 파괴를 걱정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수목으로부터 수액을 채취할 경우 채취방법이 획기적으로 개량되지 않는 한 수간(樹幹)에 구멍을 뚫어
분출(噴出)되는 수액을 채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법은 환경론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어 수목과
수액생산자, 그리고 환경론자의 입장에 상반되지 않고 매년 지속적으로 수액을 채취하면서 수목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방법이 절실하다. 그래서 고로쇠나무 수액채취 시 천공으로 인한 수목의
피해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천공 수별 수액채취 후의 유합 과정과 직경생장관계, 천공 크기에 따른 수액채취량
등을 조사하고 관찰하여 적정 천공 크기를 결정, 관리지침으로 삼고 있다.
천공 수에 따른 유합 상태 관찰
1995년부터 실시된 12㎜의 천공 크기로 천공 수 1•3•5•10개를 뚫어 수액을 채취하고 난 후 자연 상태에서
어떻게 유합되는지를 조사하고 관찰한 결과, 1개월이 경과된 시점에 천공 1•3개소는 2%, 5•10개소는 1%가
유합되었다. 그 후 3개월째(6월) 조사 시에는 유합 상태가 41%(1개소), 39%(3개소), 43%(5개소), 42%(10개소)로
아주 비슷하게 나타났다. 심재와 추재가 형성되는 8월(5개월째) 말까지 86%(1개소), 82%(3개소), 81%(5개소),
88%(10개소)가 유합되어 평균 84%의 회복력을 보였다. 총 285개 천공 중 176개는 완전 유합되어 62%가 당년도에
자연 상태에서 치유됨을 볼 수 있었다. 채취 당년도 4월부터 10월까지 유합률은 88%(1개소), 82%(3개소), 83%(5개소), 90%(10개소)로 천공 10개소가
가장 빠른 유합 과정을 보였고 천공 3, 5개소가 다소 더디었다. 천공 수의 차이가 유합에 미치는 영향이
큰 요인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나 천공위치, 천공방법, 수목 생육상태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천공 후 13개월째인 익년 4월에 평균 91%가 유합되었고 천공 후 15개월째인 6월에 285개의 천공이 완전
유합되어 유합 기간이 15개월 소요되었다. 경급별 유합 과정을 당년도 10월에 조사한 결과 소•중•대경목
각 20본에 설치된 천공 95개 중에 완전 치유된 천공이 소경목에서 48개(50%), 중경목 76개(80%), 대경목 52개(55%)로
중경목, 대경목, 소경목 순으로 회복력이 우세하였다. 이는 노령기의 대경목과 유령기의 소경목에 비해 중경목의
경우는 수세가 우세하기 때문에 유합이 빠르게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공 수별 직경생장조사
고로쇠나무 100본에 대해 당년도 4월부터 수목생장 정지기인 10월까지 직경생장을 조사한 결과,
평균 흉고직경 21.18㎝~25.79㎝급(무처리, 천공 1•3•5•10개소)에서 4월과 6월 사이에는
무처리>5개소>1개소>10개소>3개소 순으로, 6월과 8월 사이에는 3개소>1개소>무처리>10개소>5개소 순으로
직경 생장량을 보인 반면 8월과 10월 사이에는 천공 수가 적은 무처리, 1개소 처리구가 다른 처리구에 비해
꾸준히 생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액채취 후 당년도의 직경 생장량을 비교해 보면, 무처리구, 1•3개소 처리구는 0.54㎜~0.64㎜로 비슷한
직경 생장량을 보인 반면, 5•10개소 처리구는 0.31㎜~0.33㎜의 직경 생장량을 보였다. 고로쇠나무 직경생장에
있어 천공수가 5개소 이상인 경우는 무처리구, 1•3개소 처리구의 절반밖에 직경생장하지 않으므로 천공 수가
생육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할 수 있다. 본 조사지에서 2년간 임목생육을 육안으로 관찰한 결과, 10개의 천공을 실시한 소경목에서도 고사하거나
잎이 마르는 현상이 없었고 부후의 징후도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40여 년간 수액을 채취해온 본 조사지에서
단 한 본의 고로쇠나무도 고사하지 않았다.
천공 크기(8, 10, 12㎜)별 채취량
고로쇠나무 45본에 대한 수액채취 시 적정한 천공 크기를 구명하고자 20일간 매일 채취량을 측정한 결과는
<표 1>과 같으며 총채취량을 살펴보면 552ℓ 중 12㎜ 천공에서 189ℓ(36%), 10㎜ 천공에서 140ℓ(27%),
8㎜ 천공에서 193ℓ(37%)가 채취되었다. 12㎜ 천공과 8㎜ 천공에서 비슷한 양이 채취되었고, 10㎜ 천공은 12㎜, 8㎜ 천공에 비해 9%, 10%의 감소량을
보였다. 이것은 10㎜ 천공부위에 12㎜ 천공에 사용되는 실리콘마개를 사용함으로써 천공 내 목질부에 압박이
가해져 수액 채취량이 다소 떨어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할 경우 현행 12㎜ 천공 크기에서 8㎜ 천공 크기로 줄이더라도
채취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천공 크기를 8㎜로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천공 크기(8, 10, 12㎜)별 유합 상태
천공 크기별 수액채취량 조사 후 12㎜, 10㎜, 8㎜ 천공에 대해 자연 상태에서 유합 과정을 측정한 결과는
<표 2>와 같으며 8㎜ 천공의 경우 6개월 후 100% 유합이 되었다. 이때 12㎜ 천공은 85%, 10㎜ 천공은 89%가 유합되었다. 그러므로 채취량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수액채취 후
6개월이 경과된 당년도 10월에 유합이 완성되는 8㎜ 천공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유합제를 사용할
경우 유합 기간이 더욱 단축될 것으로 생각된다. 적정 천공 크기로 수액을 채취할 경우 임목 생육에는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무 크기별, 천공 수별 채취량
수액채취 시 현행 12㎜ 천공과 8㎜ 천공 간의 적정 천공 수를 밝히기 위해 지리산지역에서 2월 17일부터
3월 11일까지 고로쇠나무 36본에 93개를 천공하여 수액채취량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8㎜ 천공과 12㎜ 천공간의 수액채취량은 8㎜ 천공 소경목 3개소 처리구와 중경목 2개소 처리구에서
각각 24ℓ, 51ℓ를 채취하여 12㎜ 천공 소•중경목 처리구 9ℓ, 26ℓ보다 2.0배, 2.7배 가량 증가하였고 대경목에서는
11%가 감소하였다. 12㎜ 천공의 경우 채취량에서 큰 차이를 보인 반면, 8㎜ 천공의 경우 천공 수별 채취량을
살펴보면 소경목 3개소, 중경목 2개소, 대경목 3개소 처리구에서 각각 24ℓ, 51ℓ, 64ℓ가 채취되어 8㎜ 천공 내의
다른 처리구에 비해 채취량이 증가하였다. 한편, 8㎜ 천공의 직경급별 채취량을 비교해 보면, 소경목 1개소 처리구가 2•3개소 처리구에 비해 약 절반의
채취량을 보인 반면, 중경목 2개소 처리구는 중경목 3•4개소 처리구보다 채취량이 증가하였고,
대경목 3개소 처리구는 대경목 4•5개소 처리구보다 채취량이 증가하여 8㎜ 천공의 경우 중경목에서는 2개의
천공이 대경목에서는 3개의 천공이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수액채취에 있어 채취량 증가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므로 임목생육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취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임목생육과의 관계는 검정되지 않았지만 진공펌프를
이용하여 수액을 채취하는 방법을 연구한 사례도 있다.
나무 크기별•천공 수별 유합 상태
천공법에 의한 수액채취 시 무분별한 과다천공으로 인하여 임목생육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어 임목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고 매년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적정 천공 수에 대한 유합 상태를 조사하여
측정한 결과 12㎜ 천공 소경목 1개소 처리구를 제외하고는 천공 수에 관계없이 4~6개월 만에 빠르게 유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 천공의 경우 소경목 1•3개소 처리구와 대경목 4•5개소 처리구가 4개월 만에 유합이
완성되었고, 중경목 2•3•4개소 처리구와 대경목 3개소 처리구는 6개월의 유합 기간이 소요되었다. 12㎜ 천공의 자연 상태에서 15개월 소요되던 유합 완성 기간이 DB도포제(유합제)를 처리한 8㎜ 천공
소경목 1~3개소는 4~6개월 만에 유합 완성이 앞당겨져 8㎜ 천공에 의한 수액채취 시 천공 수를 늘려도
당년도에 유합이 완성되므로 임목생육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분석해보면, 1개의 천공이더라도 천공 직경이 클수록 유합 완성기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천공 직경이 작을 경우
천공 수에 관계없이 유합 완성기간이 짧은 경향을 보였다. 이 결과에 따라 12㎜ 천공 방식에서 8㎜ 천공 방식으로 지침이 바뀌었고 경급(소•중•대경목)에 따라
12㎜ 천공 수 1~2개에서 8㎜ 천공수 1~3개로 채취방법을 개선하였다.
천공 수별, 나무 크기별 직경생장 변화
천공 수에 따른 수액채취 후에 임목직경이 어떻게 생장되는지를 알고자 직경생장을 측정한 결과 8㎜ 천공
소경목에서는 1개소, 중경목 2개소, 대경목 3개소 처리구에서 각각 0.60㎜, 1.12㎜, 0.47㎜로 가장 많은
직경 생장량을 보인 반면 12㎜ 천공에서는 대경목>중경목>소경목 순으로 직경생장량이 나타났다.
12㎜ 천공과 8㎜ 천공 간의 직경생장량을 비교해보면 8㎜ 천공의 소경목 1•2•3개소 처리구 모두와
중경목 2•3개소 처리구에서 12㎜ 천공 소•중경목 1개소 처리구보다 직경생장이 우세하였다. 대경목에서는 12㎜ 천공 2개를 처리한 것이 8㎜ 천공 3•4•5개소 처리한 것보다 직경생장이 우세함을 보였다.
천공 3개소 이하는 직경생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나 천공 4개소 이상일 때는 8㎜ 천공에서도 직경생장이
현저히 감소함을 볼 수 있다. 천공 수가 많을 경우 직경생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임목생육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적정 천공 수를 준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맺음말
인간은 식물이 매년 피우는 꽃을 보며 즐거워도 하고 열매를 맺어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매년 지속적으로 일정한 양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또 이것을 이용하고,
다음 해를 대비하여 관리하고 준비하게 된다. 고로쇠나무 역시 연속적으로 수액을 채취하여 공급하되
나무가 고사하거나 생장에 지장을 초래하여서는 아니되며 영속적으로 채취하여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공 크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며, 1993년 초기에는 16㎜ 천공 크기에서 12㎜로,
2005년에 또 다시 8㎜로 크기가 조정되어 수액을 채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수액채취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좋다. 또한, 수목생장에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환경론자들의 반발도 사라지고,
생산자나 고로쇠나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정 천공의 크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기후의 영향을 받아 채취시기가 도래할 때 상처를 주면 수체(樹體: 나무 전체)에서 수액이
분출되며 그 상처가 당년도에 치유됨으로써 다음 해에 수액을 연속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채취할 수 있다.
즉 수액 분출과 치유의 의미는 독 안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 구멍이 생기면 작은 구멍이든 큰 구멍이든
독 속에 들어 있는 물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처럼 고로쇠나무도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 생장에 필요한
양분은 남겨두고 남는 물과 영양분을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연구기관에서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민간에서 개발한 8㎜ 천공의 수액채취기구가 보급되어
다행이라고 생각되며 새로운 수액채취기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지침에 의해 수액채취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초대형목(흉고직경 50㎝ 이상)에 대한 천공 개수를 늘려야만 된다는
생산자의 요구가 있으나 추후 연구 수행 후에 결정되리라고 본다. 천연림에 대한 채취임업에서 조림에 의한 육성임업으로 채취자원이 늘어나고 수액채취에 대한 연구와
산림정책이 결합되면 오염되어가고 있는 지하수 대신 살아 있는 나무로부터 식수를 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