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스크랩] [유명인집구경] 핸드메이드의 따뜻함을 간직한 가죽공예가 이기성의 흙집 생활

가을하늘 그리고 구름 2014. 10. 5. 10:57

다운시프트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 박자 천천히, 길을 걷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수가 없어요.”

“언제나 달려야 해요. 속도를 늦추었다간 경쟁에서 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가 않은 거죠?”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보냈던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 그래서 더 늦게 후회하기 전에 행복을 찾아 떠난다고. 도시에서의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간 이들은 또 말합니다. 욕심을 버리니 그곳에 모든 것이 있더라고. 상처를 받은 나를 치유해주는 대자연이, 잃어버렸던 내 가족의 웃음이….

천천히 사는 법을 아는 다운시프트족을 만났습니다. 삶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며 사는 그들의 삶에서 지혜를 발견해 보시지요. 도심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몇 가지 방법을 더해보았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치열하고 딱딱한 도심을 떠나고 싶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오늘부터 천천히 여유 있게 걷는 ‘느림보’가 돼 보세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다운시프트족은 경쟁과 속도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자기만족적 삶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운시프트(downshift)란 자동차를 저속기어로 변환한다는 뜻으로, 다운시프트족은 고속으로 주행하던 자동차를 저속기어로 바꾸듯이 생활의 패턴을 여유롭게 바꾸어 여가를 즐기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만족을 추구하자는 일종의 ‘느림보족’을 뜻한다. 연령층은 30대와 40대가 많은데, 전 세대와 달리 가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자기만족적 삶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대인 때문으로 추측된다.

충북 단양 방곡리에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화려함은 없지만 왠지 모를 끌림이 느껴지는 흙집이 하나 있다. 이 집의 주인인 가죽공예가 이기성 씨는 나무와 돌, 흙처럼 질기고 억센 자연의 재료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감동을 매일같이 누리며 살고 있다.


도시 남자, ‘자연’스러운 삶을 선택하다

남한강 지류가 산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단양 방곡리에는 가죽공예가 이기성 씨와 그의 아내 박현수씨가 살고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도락산과 황정산 자락 계곡에 야트막하게 자리잡은 흙집. 얼마 전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산골이었지만, 골짜기를 따라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시골 버스도 2시간에 한 대만 다닐 정도로 외진 이곳에서 사는 그들은 시골 생활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가끔 도시에 나가 서점에도 가고 영화도 보지만 도시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산을, 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골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내려오기 전 그는 팔리기 위한 가죽 제품을 만드는 공예가였다. 공예의 묘미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던 그는 틈나는 대로 자신이 구상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몰려드는 주문 전화에 ‘작품’ 보다는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던 상황이 싫어졌다.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작업실을 짓기로 결정했다. 39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시골을 택한 그는 자기가 사는 집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터를 찾아 흙집을 짓기 시작했다. 자연 속으로 들어왔으니 시멘트보다는 돌, 나무, 흙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해 가장 ‘자연’스러운 집을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는 이곳에서 가구를 만드는 목수도 되고 고추, 상추, 토마토, 옥수수, 고구마 등 소규모 텃밭을 일구는 농부도 되고 살림살이 배치를 고민하는 스타일리스트도 된다. 어느 곳 하나 그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는 이 흙집은 마치 화장기 없는 산골 아가씨 같은 말간 매력이 느껴진다. 흙집 자체가 갖는 소박함으로만 집을 꾸민 이유일 게다.

도시의 번잡함이 싫어 선택한 시골행. ‘시골에 작업실을 짓겠다’ 다짐한 후 작업실에 어울리는 좋은 터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곳을 찾아 힘겹게 비포장 언덕을 넘는 순간, 그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대지를 품은 듯한 산의 형세와 넘치도록 풍부한 햇살. 그가 찾던 바로 그곳이었다. 내세울 만한 설계도도, 화려한 자재도 없이 그저 흙과 돌을 땅의 기운에 맞춰 쌓은 집. 돌로 터를 다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이 집은 오롯이 저 혼자 구상하고 쌓아 올린 집이에요. 원래 땅의 경사가 심한 곳이었는데, 자연 그대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돌을 쌓아 올려 터를 만들었어요. 제각각으로 생긴 돌을 튼튼하게 쌓아 올린다는 일은 만만치 않더군요. 중장비를 이용했다면 며칠 새 끝났을 일을 제 손으로 직접 짓고 싶은 마음에 이 작업을 위해 1년이란 시간을 보냈어요. 자재는 모두 직접 준비하고, 혼자 하다 일손이 필요하면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3년 동안 흙집을 지었어요. 집 짓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고 공부하면서 짓느라 더 오래 걸렸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집을 지으면서 흙집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작업실을 짓고 난 후 그는 10년 동안 흙집을 지으러 다녔다. 본격적으로 집을 짓자고 시작한 것은 아닌데, 멋스러운 집의 외관을 보고 알음알음 건축 의뢰가 들어왔던 것.

 

다운시프트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 박자 천천히, 길을 걷다

흙집의 장점은 스스로 숨을 쉰다는 것이다. 흙벽은 자체적으로 공기를 품고 습도를 조절해 집 안 전체를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비가 와 집 안이 축축한 날에는 스스로 습기를 빨아들이고, 실내가 건조해지면 머금었던 수분을 다시 내뿜어 자연 가습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래서인지 여름철에는 쾌적하고 겨울철엔 건조하지 않다. 또 황토 바닥은 예열 시간이 조금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번 데워지면 그 따뜻함이 오래 지속돼 구들방에서 느끼던 찜질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 또 흙집에서는 깊이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번 잠들면 쉽사리 깨지 않고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숙면을 취할 수 있으니 자고 일어나면 얼굴색도 달라진단다.

가죽작업을 위해 시골행을 선택했을 만큼 그에게 가죽공예는 천직이다. 흙집의 매력에 푹 빠져 본업인 가죽공예를 잠시 잊고 살았지만, 3년 전 결혼을 하면서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미싱 바늘이 두꺼운 가죽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가죽제품은 100% 수작업으로만 이뤄진다는 게 그의 설명. 그의 작업은 가방이나 의자, 소품류보다는 반닫이, 함 등 가죽으로 만든 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은 엄청난 손의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까지 적게는 한 달, 많게는 석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작업이기도 하지만, 손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깊이감이 배어나오는 가죽은 참으로 매력적인 재료다. 그의 집을 꼼꼼히 살펴 보면 가죽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발견된다. 소가죽으로 씌운 출입문, 두꺼비집을 가리기 위한 금속 박스와 그것에 위트를 더한 가죽 장식, 가죽 수납함 등 가죽 하나로 이뤄낸 작업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멋스러운 것들이다. 가죽 역시 흙, 나무, 돌과 함께 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중 하나다.

이기성 씨는 이곳에서 돌담을 의자삼아 자주 차를 마신다.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재주가 뛰어난 그는 가죽공예뿐 아니라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소품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 집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품은 그가 직접 자르고, 다듬어 완성한 것들. 이 집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은 다 그의 손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리라.

전통 가공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그는 가죽으로 만든 가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가죽 가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손바느질로 가죽 가구를 만드는 그는 앞으로 2~3년 후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가죽으로 만든 가구의 멋스러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우리나라의 전통 가죽공예 방식을 지키고 싶단다.


가전제품 없이 사는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다

그의 집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그 흔한 냉장고, 전기밥솥과 같은 가전제품도 없다. 조명 또한 은은하게 주위만 밝혀주는 백열등으로 조명 사용을 최소화한다. 연탄난로로 작업실을 따뜻하게 데우고, 침실이나 주방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도를 높인다. 보일러 버튼 하나면 따뜻하게 데워지는 도시 생활에 비하면 불편한 생활이겠지만, 그는 하나도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가전제품 하나 없이 사는 그에게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대단한 사람이라 칭하니 오히려 손사래를 친다. 누구든 이곳에 살게 되면 친환경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도시 사람들이 저희 집 주방을 보면 사는 데 불편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가전제품이 필요한데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 없어서 사지 않는 건데 말이죠. 지천에 널린 것이 반찬 재료니 시장에서 구입할 필요가 없고,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으니 남은 음식을 보관할 냉장고가 필요 없죠.”

끼니때마다 자연의 재료로 소박한 음식을 즐기는 그는 당연히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자연의 재료만 먹다보니 마트나 슈퍼에서 파는 가공식품은 모두 불량식품 같다는 그를 위해 아내는 매실이나 솔잎 등을 숙성시켜 효소를 만든다. 효소를 조미료로 사용하면 음식의 감칠맛을 돋궈주는 역할을 한다. 고추장, 된장, 효소, 지천에 널린 신선한 산나물만 있으면 어떻게 요리하든 맛이 특별하다.

10여 년의 세월을 흙집과 함께한 이기성 씨. 그는 ‘몸이 편리한’ 도시생활이 아닌 ‘마음이 편한’ 시골생활을 택했다. 그의 여유로움은 편리함과 바꾼 보물인 셈이다.

 

다운시프트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 박자 천천히, 길을 걷다

얼마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산골이었지만 골짜기를 따라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1 농사일이 한가한 겨울 낮 시간에는 주로 가죽 작업을 한다는 이기성 씨. 그의 작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2 재작년까지 작업실로 이용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작품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다. 가공하지 않은 나무 기둥은 그 모습 그대로 인테리어가 된다.

3 철제문에 가죽을 덧씌웠다. 가죽 특유의 빈티지스러움이 묻어난다.

4 설탕, 소금 등이 들어있는 양념통을 창가에 쪼르륵 배치해두니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손색없다.

5 작업실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연탄 난로. 어릴 적의 향취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 난로에 고구마나 밤을 구워 먹기도 한다.


그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대지를 품은 듯한 산의 형세와 넘치도록 풍부한 햇살. 그가 찾던 바로 그곳이었다

1 창호지 바른 나무문, 갈라진 흙벽 돌로 쌓은 지지대 등 집 안에서도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 주방 한켠을 다실로 사용하고 있다.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는 창가에는 식물을 배치해 실내에서도 정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3 그가 직접 만든 화장실 수납장. 용도에 맞게 사이즈를 다양하게 만들어 실용적이다.

4  이 집에서 가장 심플한 공간인 침실. 도톰한 이불 하나와 낮은 좌식 책상 하나, TV 가 전부다. 그는 얼마 전 TV를 구입했다며 흙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구라고 했다.

5 가죽으로 만든 실내 슬리퍼. 가장자리를 따라 수놓은 스티치가 무척이나 멋스럽다. 그의 집에는 가죽으로 만든 생활 소품이 종종 눈에 띈다.

 

다운시프트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 박자 천천히, 길을 걷다

손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깊이감이 배어나오는 가죽은 참으로 매력적인 재료다

1 가죽을 염색하는 데 꼭 필요한 염료. 염료 묻힌 스펀지로 가죽을 문질러주면 붉은색으로 염색된다.

2 자주 쓰는 도구는 가죽으로 만든 수납 케이스에 꽂아둔다. 가죽 특유의 투박함이 작업실 풍경과 잘 어울린다.

3 그의 가죽 공예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 100% 수작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다.

4 가죽제품은 투박해 보이지만 의외로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바느질한 곳을 꼼꼼하게 눌러주어야 튼튼한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5 오후가 되면 그의 작업실에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온다.


그의 집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조명 또한 은은하게 주위만 밝혀주는 백열등으로 조명 사용을 최소화한다

1 효소는 매실이나 솔잎 등을 설탕과 1:1 비율로 재워두면 된다.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맛은 더욱 깊어진다.

2 흙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주방. 마치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만의 가죽 데코는 나무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3 촬영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았다. 나비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는 지붕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4 시골에 살면 주방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 주방에 있는 가전제품이라고는 전기스토브 하나. 

5 흙집의 백미는 패놓은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일이다. 가지런히 쌓아 올린 장작더미가 시골에 대한 향취를 불러일으킨다.


/ 여성조선
  진행 윤미 기자 | 사진 방문수

 

 

출처 : 영아의 작은쉼터
글쓴이 : 겨울아이 영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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